삶을 향한 경외와 연결의 사랑 ― 신에 대한 사랑에 대하

삶을 향한 경외와 연결의 사랑
― 신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에릭 프롬 Erich Fromm은 인간의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존재 방식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한 사랑의 마지막 형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신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롬이 말한 신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종교를 믿거나, 예배와 기도를 열심히 드리는 행위를 뜻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훨씬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신(神)을 진짜로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사람과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신앙과 삶 전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적 행위 자체를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종교 의식을 지키며, 교리를 잘 아는 것을 믿음의 척도로 여기곤 합니다. 물론 그런 노력은 의미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롬은 진짜 중요한 것은 입술의 고백보다 삶의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나는 신을 믿는다”고 말해도, 실제 삶 속에서 타인을 함부로 대하고, 약한 사람을 무시하며,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다면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사람을 미워하고, 경건함을 말하면서도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결국 껍데기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종교적 형식이나 제도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돌보고, 작은 생명 하나도 함부로 여기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은 이미 삶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프롬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진짜 신앙을 보았습니다.
사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신’을 자신보다 더 크고 깊은 존재로 느껴왔습니다. 광대한 밤하늘을 바라볼 때,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설 때, 혹은 삶 속에서 문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경외를 느낄 때, 사람은 자기보다 더 큰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프롬이 말한 ‘신’ 역시 단지 특정 종교 속 절대자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삶 앞에서 느끼는 경외심, 존재의 신비로움에 대한 감동,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는 더 깊은 세계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마음 전체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에 대한 사랑은 결국 세상과 삶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나게 됩니다.
누군가 진심으로 신을 사랑한다면, 그는 세상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이용하거나 상처 주는 일에 무감각할 수 없고, 자연과 생명을 가볍게 소비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과 생명 자체가 이미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짜 신앙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더 겸손하게 만듭니다. 자신만 옳다고 여기며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태도는, 오히려 사랑과 멀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프롬은 특히 종교인이 이 부분을 깊이 돌아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신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믿지 않는 사람을 낮게 바라보는 순간, 신앙은 사랑이 아니라 우월감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현실 속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신앙을 말하면서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차갑게 행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교적 언어는 풍성하지만 삶 속에서는 배려와 책임이 사라진 모습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거창한 선언보다 삶 속의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조용히 손을 내밀어주는 일, 작은 약속을 책임 있게 지키는 일, 자신의 감정만 앞세우지 않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자연과 생명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 바로 그런 사소해 보이는 행동 속에서 인간의 사랑과 신앙은 진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어쩌면 인간은 너무 쉽게 신을 멀리서만 찾으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종교적 체계와 화려한 언어 속에서는 신을 찾으려 하면서도, 정작 눈앞의 사람과 삶 속에서는 사랑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프롬은 말합니다. 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삶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신앙은 완전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 점은 오늘날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경쟁적이고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비교하고 판단하며, 효율과 성과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점점 삶 자체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은 소비의 대상이 되고, 사람은 성과로 평가되며, 관계마저도 이익과 효율 속에서 계산되곤 합니다.
하지만 삶은 원래 계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존재, 작은 생명 하나, 하루를 살아가는 시간 자체가 모두 기적 같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프롬이 말한 신에 대한 사랑의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신앙은 사람을 더 인간답게 만듭니다. 더 따뜻하게 만들고, 더 책임 있게 만들며,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단지 종교적 지식을 많이 아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가 속에서 드러납니다.
결국 신에 대한 사랑은 어떤 특별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속에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 하나, 삶을 대하는 태도 하나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대한 진리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이 세상과 사람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神)을 진짜로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사람과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