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기

완전한 친밀함에 대하여

이번생 2026. 3. 2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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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친밀함에 대하여


"난 아직껏 만나본 적이 없어. 여자한테 자신을 다 내주면서, 여자와 친밀한 애정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남자를 말이야.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남자였지.

나는 남자들의 자기만족적인 애정이나 관능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남자의 귀여운 노리갯감이나 쾌락용 고깃감이 되는 것엔 만족할 수가 없다고 나는 완전하게 친밀한 애정 관계를 원했는데, 그걸 얻지 못했을 뿐이야. 하지만 난 그걸로 충분해."
코니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완전하게 친밀한 관계라!

그녀 생각에 그것은 나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드러내 보이며
또 상대방도 그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나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겨운 일이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그 모든 지긋지긋한 자의식의 과잉이었다!

일종의 질병이었다!

- D. H.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경험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관계의 중심에는 늘 하나의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와 완전히 가까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D. H. 로렌스의 작품 채털리 부인의 연인 속 한 장면은 이 질문을 매우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한 여성은 말합니다. 자신은 단순한 욕망이나 육체적 관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는 완전한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고 말입니다. 상대 또한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관계,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를 그녀는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언뜻 보기에 매우 순수하고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숨김없이 내어준다는 것, 그리고 상대 또한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깊은 연결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진짜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더 이상 숨길 것이 없고, 더 이상 오해가 없으며,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상태 말입니다.


그러나 코니는 이 생각을 듣고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지겨운 일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그런 상태야말로 자의식의 과잉이며 일종의 질병과도 같다고 느낍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통찰과 마주하게 됩니다. 인간은 완전한 친밀함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부담스럽고 피곤한 것으로 느낀다는 사실입니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누군가와 완전히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입니다. 외로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누군가에게 깊이 이해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것은 매우 근원적인 욕구이며, 인간이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고 싶어 하고,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자 하는 욕망 또한 강하게 존재합니다. 모든 것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신비롭지 않게 되고, 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생동감을 잃고 분석과 피로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코니가 말한 “자의식의 과잉”이란 바로 이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사랑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모든 것을 규정하고, 완전함을 요구하는 순간, 사랑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랑은 본래 계산하거나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친밀함이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어쩌면 진정한 사랑은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에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드러낼 것과 남겨둘 것을 아는 지혜”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를 완전히 소유하려 하지 않고, 서로의 일부를 이해하면서도 일부는 존중하며 남겨두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완성해야 할 어떤 상태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 속에서 여전히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요.


결국 사랑은 하나의 긴장 속에서 존재합니다. 완전히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나로 남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사랑은 살아 움직이고, 관계는 깊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완전한 친밀함을 이루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완전해질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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