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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신화에 관하여: 톨킨과 루이스의 밤 산책

이번생 2025. 7. 1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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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신화에 관하여: 톨킨과 루이스의 밤 산책

Dialogical Essay on Myth, Reason, and Revelation


장소: 1931년 9월, 옥스퍼드 애디슨스 워크(Addison’s Walk)
차가운 안개가 드리운 정원 속, 두 명의 지식인이 느린 걸음으로 대화한다.

 



제1장. 신화의 본질: 상상력인가, 진리인가?

 

클라이브 (C.S. 루이스):
우리는 신화를 만들어냈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북구의 오딘, 켈트의 드루이드들…
그들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야.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일 뿐.
*실재(Reality)*가 아닌 *상상(Imagination)*일 뿐이지.
 

로렌스 (J.R.R. 톨킨):
하지만 자네는 왜 상상력이 그렇게 쉽게 무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상상력은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탐색하는 인간의 능력이야.
만약 이성이 진리를 추적하는 칼이라면,
상상력은 진리의 향기를 감지하는 코일 수 있지.
 

클라이브:
진리의 향기라…
그래서 자네는 신화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라고 보는 건가?
 

로렌스:
그렇네. 신화는 인간이 본래 고향을 그리워하는 영혼의 울림이야.
우리가 잊은 것을,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상상력은 거기에 다가갈 수 있게 하지.

 



제2장. 기독교는 ‘진짜로 일어난 신화’인가?

 

클라이브:
하지만 그 신화들이 진짜로 일어났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건 비합리적인 비약이 아닌가?
 
 
로렌스:
그 질문이 바로 핵심이네.
기독교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신화의 구조를 갖되,
동시에 역사 속 실제 사건으로 주장되기 때문이야.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은 상징이 아니라 연대기적 사건으로 선포되었지.
 

클라이브:
그렇지만 신의 죽음이라니… 전능자가 죽는다는 건 모순이 아닌가?
 

로렌스: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건 모순이 아니라 신비야.
이것은 고대 신화들이 늘 암시하던 “신과 인간의 접점”이 단 한 번, 진짜로 이루어진 순간이지.
기독교는 “창조주가 피조물의 형태를 입으심으로써 그 피조물을 회복시키는 이야기”야.
그것이 바로 ‘진짜 신화(True Myth)’지.

 



제3장. 이성과 상상력: 두 날개

 

클라이브:
나는 항상 이성에 의지했지.
논리, 증거, 추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현실을 판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했네.
 

로렌스:
그렇지. 나도 이성을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자네는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진리를 향한 두 날개, 즉 *로고스(이성)*와 뉘스(직관) 중 하나만 쓰고 있네.
상상력은 진리로 가는 또 다른 길일 수 있어.
특히, 우리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을 다룰 때, 상상력은 필수적이지.
 

클라이브:
그렇다면 자네 말은… 복음은 논리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부족하다는 뜻인가?
 

로렌스:
정확히 말하면, 복음은 이성과 상상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진리야.
“죽음에서 생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성으로 정합성을 따지고, 상상력으로 그 의미를 껴안아야 하지.

 



제4장. 갈망은 단서다

 

클라이브: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 — 갈망, 그리움, 의미에 대한 목마름 —
그건 결국 환상일 수도 있지 않나?
 

로렌스:
그렇다면 반문해 보세.
우리는 음식이 있기 때문에 배고픔을 느끼고,
물이 있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지.
그렇다면, 이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클라이브:
…이 세상 너머의 어떤 실재?
 

로렌스:
그렇지. 이 갈망 자체가 단서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건,
우리가 이 세상이 아닌 무언가를 위해 창조되었음을 시사하지.

 



제5장. 논리 너머의 항복

 

클라이브:
나는 이성으로 신을 부정했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이성이 나를 신 앞에 데려다주었군.
 

로렌스:
신앙은 이성의 종말이 아니라, 이성의 완성이네.
하나님은 무조건적인 신념을 요구하지 않으셨지.
그분은 “오라, 변론하자” 하셨네 (이사야 1:18).
우리는 이성을 통해 진리를 탐색하고,
상상력을 통해 그 진리를 체험하며,
마침내 자유로운 사랑으로 신에게 응답하는 것이지.
 




🕊️ 에필로그: C.S. 루이스의 내면 고백

 

그날 밤, 나는 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러나 거부할 수 없이,
마지못해 하나님 앞에 무릎 꿇었다.
나를 부르신 분은 논리도 아니고 환상도 아닌,
현실 너머에서 울리는 진실의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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