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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계란 하나

by 이번생 202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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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어려울 때도 힘들 때도 가끔 온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신혼 초 2년은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의

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IMF로 인해 남편이 하던 컴퓨터 가게는 

점점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었고 

차츰 직원들도 줄여 가다가 결국은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그즈음 낯선 곳으로 시집을 와서 물 설고, 

말 설은 타지에서 매일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전 남편의 폐업 소식을 듣고 나니 눈앞이 깜깜해지더군요.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취직을 한다면 

임시방편은 되겠지만 평생 직장은 되지 않을 게 뻔한 일이었고 

또 그렇게 된다면 항상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하는 

그런 서글픈 인생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더군요.

 



남편이 가게를 정리하고 며칠 집에서 쉬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 남편 몰래 취직거리를 알아봤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직장을 다녔던 터라, 

아는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겨우 자그마한 사무실에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제 내가 벌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은 항상 시간만 되면 공무원 시험공부를 대비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아주 본격적으로 공부하라고 부추겼습니다.

 


남편은 고생 안 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말을 하더군요. 살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주는 게 

부부가 아니겠냐고 저 또한 남편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남편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가방 하나메고 터벅터벅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저 역시 어렵사리 회사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습니다.

 



결혼 후, 두 번째 맞는 저의 생일날.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해도 내 생일인데 싶어 

퇴근하면서 시장에 둘러 불고기감도 좀 사고, 

모처럼 내 생일을 빙자해서 남편에게 보신 좀 시켜줄까 싶어, 

푸짐하게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바로 옆 전봇대에서 광고문구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영미야 사랑해!'

 

 

라는 문구였습니다.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 광고 문구가 

이젠 이름을 바꿔서 광고하나? 라고 생각했지만, 

내 이름과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저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오는 길에 

여기저기 계속해서 광구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혹시 ··· ···?"



그러고 보니 우리집 가는 골목 쪽으로만 

그런 광고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우리 신랑이? 

 

설마 그렇게 무뚝뚝한 경상도 표본 남자가 그런 일을 했을라고··· 

 

그리고 지금 시간이면 도서관에 있을 텐데··· 

 

에구 내가 꿈도 크지···.' 

하면서


그 광고 전단지에서 애써 눈을 떼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오는 길에 본 것만해도 열다섯장 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깜짝 놀란 건 우리집 현관 앞에 도착해서였습니다. 

현관문에 바로 그 광고 전단지가 붙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영미야 사랑해!'

라고 말입니다. 

 

 

순간 신랑이구나 하는 직감이 팍~ 오더군요.

이 사람이 이 시간에 집에 있나? 

싶어 문을 열어 봤더니 현관문이 열리면서 앞치마를 입고, 

주방 앞에 남편이 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아무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인기척이 나자 남편은 돌아보더니.. 

씨익~ 미소를 보이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

 


"빨리 온나, 밥 먹자. 내가 저녁 준비했다 아이가." 

 

하는 게 아닙니까.

 


식탁으로 안내하는 남편을 따라 식탁 앞에 앉아있는데, 

바로 뭔가 보글보글 끓는 걸, 식탁 위에 올려 놓더니, 

그 위에 계란하나를 툭 깨뜨려 넣는 게 아닙니까! 

옆에 촛불까지 켜 놓고 말입니다.

 


"이게 뭐야??

 


"응~ 내가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와이프 생일인데도 선물하나 사줄 돈은 없고, 

해줄 수 있는 음식도 없고 해서, 

오늘 저녁은 내가 직접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싶어서 

도서관에서 일찍 왔다아이가!"

 

 


"그럼 골목길에 붙여 놓은 것도 자기가 한 거야?"

 

 


"히히~ 그래. 돈은 없고, 내가 니 사랑한다는 건 보여주고 싶고 해서, 

인터넷 사이트 광고하는 거 따라서 한 번 해본기다.

 

 프린트해서 퇴근하는 길에 잘 보이게 붙인다고 붙이는데, 

 

처음에는 진짜 많이 창피하데~, 

 

그런데 한두장 붙이다 보니까, 내 아내한테 하는 건데 

 

부끄러울 게 뭐가 있나 싶더라."

 

 


그날 비록 라면에 계란 하나 넣은 그런 초라한 생일상이었지만, 

남편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한 만찬이었습니다.

 


결국 눈물범벅이 되어 퉁퉁 불은 라면으로 

남편과 저녁식사를 마쳤지만, 세상 어느 만찬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1년 후, 

남편은 시험에 합격을 했습니다. 

지금은 공무원 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게, 바로 이런 건가 봅니다. 

돈이 없어서 불행한다는 말은, 거짓인 듯 합니다. 

돈이 없어도 사랑과 배려만 있으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던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추억이었습니다.

 


'자기 사랑해요~'



 
 
https://youtu.be/_-O0GNRaOnQ?si=TBXqaTItnsqcJ5_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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