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급식
기본소득은 수혜자의
자격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이렇게 자격조건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 제도를
'보편적 복지' 라 한다.
반대로 자격 조건을 따져서,
그 자격을 충족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복지 제도를
'선택적 복지' 라 한다.
무상 급식 역시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
무상 급식도 청년 배당과 마찬가지로
학생이기만 하면
다른 조건을 따지지 않고
밥(현물)을 준다는 점에서
'부분적 기본소득' 에 해당한다.
현재 무상 급식은
중앙정부에 의해 시행되지 않고,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무상 급식은 찬반 논쟁이 거센 사안이다.
보수당은
무상 급식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논리는 이렇다.
'무상 급식은 부자 학생들에게도
밥을 주자는 것이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복지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 말고
'선택적 복지' 를 하자는 말이다.
이 주장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돈이라면,
복지가 굳이 필요 없는
부자 학생들은 빼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복지 혜택을 몰아주면
효과가 더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기 때문이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진보당, 진보 성향 학자,
시민 단체는 이를 적극 비판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수치심의 문제 가 있다.
가난한 학생들만
무상 급식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이들은 자신의 가난을 학교에 증명해야 한다.
자기 집의 소득과 자산 내역을 밝혀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정생활의 내밀한 부분들도
담임에게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무슨 병이나 장애가 있다거나,
엄마가 집을 나갔다거나 하는 등의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까지 털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혜자는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공짜 밥' 을 먹는다는 사실이
급우들에게 알려지면
수치심은 더하다.
그 사실이 낙인이 되어
급우들에게 모욕과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수치심과 굴욕감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 비용 문제도 있다.
가난한 학생들만 골라내려면,
가계의 재상 상태를 조사하고
선별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당연히 인력,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한 번 조사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계의 재상 상태는 늘 변한다.
그 변화를 때때로 체크해야 한다.
졸업한 학생들에 대한 정보는
폐기하고,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가계조사도 일일이 다시 새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비용을 빼면 수혜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에 전체 학생에게
무상 급식을 하면?
이런 행정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책정한 복지 비용이 온전히 돌아간다.
'선택적 복지' 보다
'보편적 복지' 가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라고 주장되는 이유다.
보수파가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것에는
정치적인 이유 도 숨어 있다.
전체 학생들에게 무상 급식이
제공되면 '공짜 밥' 을 먹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낸 세금의 혜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가난한 학생들에게만
무상 급식이 제공되면,
수혜자들은 공적 제원을 갉아먹는
'사회적 짐' , '기생충' 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 쉽다.
보수 정치인들은 납세자들을 향해
'당신은 무능하고 게으른 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고 호소할 수 있다.
이런 논리가 먹혀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복지 수준은
더욱 낮아진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있는
진보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지고,
보수의 정치적 입지는 넓어진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장을 위해
보수는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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