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은 어떤 그리움이며 애틋한 사랑입니다.
오늘은 길거리에서 보면 반가운
음식 이야기입니다.
겨울철 반갑고 그리움을 간직한 붕어빵 이야기.
붕어빵과 관련한 시입니다.
다음 소개해 드릴 세 편의 시는
붕어빵 시 입니다.
첫 번째 만나 보실 시인은
문인협회와 현대작가 회원이며
기독문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중인
이석규 시인입니다.
올해 10월 경에 갓 구워나온 붕어빵처럼
따끈따끈한 시집을 내셨는데요.
시집의 제목도 어머니께서 직접 붙여주셨답니다.
[나는 눈 오는 날 붕어빵 집에 간다]
시인의 호는 심천心川, 전북 남원에서 출생하여
2008년에 월간 시사문단에 데뷔하였고,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2014)]와
[외할아버지 기도(2022)]가 있습니다.
시의 제목을 떠올려 보면
누구나 반갑고 그리울 것입니다.
오늘 같은 추운 날
금방이라도 함박 눈이
또 내릴것 같은 그런 날 말이죠.
눈오는날 호호 불어가며 즐겨 먹던
길거리 으뜸 간식하면 생각나는 것들,
새하얀 호빵과 꿀을 품은 호떡, 그리고
달달한 단팥 붕어빵~
특히 그 생김새가 유난히 귀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그래서 가장 많이 찾는 붕어빵 요녀석~
이석규 시인은 눈오는 날엔 항상
요녀석을 만나러 간다고 하는데요.
그 귀여운 사연은 무엇일까요?
시집의 제목인 시, 우선 감상해보시죠.
나는 눈 오는 날 붕어빵 집에 간다 / 이 석규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봉지에서 꺼낸 붕어빵 하나
입에 넣는 순간
혓바닥에 또르르 말리는 눈물이
내 어린 시절에 차표를 끊는다
버스가 어느새
말도 안 듣고 장난만 심했던
어린 시절을 빠져나와
어머니 이마의 주름을 지나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셨던
어머니의 손과 발에 도착한다
시인은 지금 문득 붕어빵을 보며
어린 시절 그렇게 부유하지 못했던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차표를 끊은 발걸음은 저절로
늙고 초라하신 어머니를 향했습니다.
유년시절 몹시 추웠던
남원골의 겨울이었나 봅니다.
가진것 없어도 더 많이 부어주지 못해
늘 안타까워하시던 어머니는
장을 보고 나서 여남은
쌈지돈을 탈탈 털었습니다.
추위에 잘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해서
벌벌 떠는 자식새끼 입에다가
따끈한 붕어빵 한봉지를 사서
실한 놈 한마리
얼른 입에 물리셨지요.
어머니 마음은 언제나 자식들에게
넓은 바다도 같고 큰 산과도 같습니다.
지금 또르르 한 방울 내리는 내 눈물의 의미는
가난으로 힘들고 어려웠을 어머니를
떠올리며 내 키가 한뼘씩 커갈수록
모든 시절 어머니가 흘리셨을 그 눈물이죠.
어머니가 세월을 견디며 흘리셨던 눈물이
시냇물이, 강물을 이루더니,
어느덧 바다가 되어버리신 어머니.
바다는 깊은 푸른색, 피카소는 푸른색을 가리켜
"모든 색들을 다 담고 있는 색깔" 이라
표현했지요.
청색시대의 피카소 역시 추운 방에서
밤새 그림을 그리며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냈을 거에요.
엄마의 바다에는 희노애락 애오욕,
삶의 기쁨도 슬픔도 회한도 보람도
다 희석되어 있을테지요.
자식부터 챙기시느라 늘 배고프실
어머니를 떠올린 시인은
단 팥고물 가득한 붕어빵 한 봉지를
이제 어머니 품에 안겨드립니다.
붕어빵 하나로 두 모자는 추운 겨울날
그 예전을 떠올리며 행복해 합니다.
처마밑 신발 위로 고운 눈이 내립니다.
두 번째 붕어빵 시인으로
소개해드릴 작가는 임병걸 시인 입니다.
KBS 인터넷뉴스를 통해 네이버에 연재된,
총 누적 뷰어 200만 명이 시청한
'시로 읽는 경제이야기'(북레시피)의 작가이자
앵커였던 임병걸 시인 입니다.
붕어빵 / 임 병걸
펄럭이는 천막 안에서
아기붕어가 태어난다
차가운 밀가루 반죽에
아주머니는 연신
허연 입김 불어넣으시고
후끈 달아오른 무쇠틀 속으로
붉은 심장을 넣어주신다
어느새 윤기 흐르는 피부로
세상에 나온 손주들
온기도 가시기 전 봉지에 담긴다
오늘은 아주머니도
월척 붕어 몇 마리 낚아
집에 가시겠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적이 있습니다.
“시인은 결코 공중부양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도 밥을 먹어야 살 수 있고,
무언가 안정된 소득과 일자리를 갈망하며
때로 무엇보다 큰 위력을 지닌 돈을
갈망하는 소시민이기도 합니다.
시인들의 머릿속에도 늘 경제 문제가
가장 큰 고통과 부담으로 자리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인들의 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읊거나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가운데 경제와 관련된 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포함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애환과 고통,
갈망을 노래한 시가 아주 많이 섞여 있습니다.
꼭 참여시의 장르가 아니더라도
경제 제도와 현상의 모순이나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고 비판하는 시도 많이 있습니다.
시는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아니, 시는 어쩌면
가장 날카로운 감수성을 지닌 시인들이
누구보다도, 어떤 사회과학적 분석보다도
현실 경제를 예리하게 해부 하는
면도날일 수 있습니다.”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앞표지에 실린
시인의 글도 참 좋아서 여러분께 올려드립니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대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 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한 문인의 가난한 삶의 처지를
애잔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오직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시인은
원고료를 받아 집세도 마련하고
밥도 먹고, 어여쁜 아내에게 어울리는
머리삔도 사 주어야 합니다.
더구나 시인이면 지고한 창작을 위해
언제든 다방면의 예술인과 문학인들도 만나고
인생을 논하고 가끔 술도 한잔씩 해야지요.
그러나 문화생활은 커녕
의식주도 해결하기 벅찬,
셋방에 사는 가장家長 시인은
추운 겨울 아내와 따듯하게 지낼
방 한칸 달린 집 마저 얼른 비워주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입니다.
돌아누운 아내의 등에 기대어
깊은 한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시는 시인의 감정이고 직관이며
방향성 없는 사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인만큼 사물과 현상을 광폭으로
미세하게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을 터,
우리는 그런 시인의 겹눈과 시의 통로를 통해
세상과 폭넓게 사귈 수 있는 것이다."
권순진 시인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보다 시인은 스스로 자본주의를 통과하면서
서민들의 힘겨운 삶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부대낍니다.
부조리한 현실에 개탄하기도
때론 같이 아파하기도 합니다.
하여 아로새겨진 슬픔의 통찰들은,
푸른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예민한 정서를 유지하죠.
또 그런 시인의 눈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이면을
바로 볼 수 있는것이기도 하구요.
다음 시도 감상해보세요.
이 시는
2022 대한민국 광복77주년 예술대전
대한미협 제17회 우표대전 시부문 대상 수상작입니다.
붕어빵 / 김 수정
절인 배추 같은 아버지 어깨에서
하루가 가물거린다
포장마차를 나서는 아버지 손엔
몇 마리 붕어가 들려있다
붕어의 식사를 본 적이 없는데
달콤한 팥이 가득한 빵의 뱃속
한 입 물면
온몸으로 아버지 온기가 퍼진다
그리움으로 멈춘 시간
아버지의 숨결처럼 따뜻했던
손길은 사라져간다
먼 산 안개처럼
어린 시절 특히 추운 겨울날
아빠의 퇴근길입니다.
갓구어 나온 붕어빵 열기가 식을세라
포장지 입구를 굳세게 잡고 날랜 발걸음으로
현관문 앞에 당도하신 아버지.
차가운 아버지의 손에서
고사리같이 귀여운 꼬마손으로
건네진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까르르 웃고 있는 내 눈에
수북하게 눈 덮힌 거리를
성큼 뛰어온 아빠의 발자욱이 선명합니다. 직장에선 언제나 묵묵하게
성실한 일꾼이셨던 말없이 다감하셨던
아버지이시죠.
수 십년 한결같이 궂은일 마다않고
버텨오신 아버지입니다.
꾹꾹참고 일만해오신 우리의 아버지는
아파도 참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다시
언제나 전봇대처럼 한자리에 버티고 서계셨지요. 어느덧 늙고 병들어 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그 애처롭고 따뜻한 사랑의 열도(熱度)가
추운 그시절 모락모락 뜨끈한
붕어빵의 열기로 전해져 옵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저 먼 세상의 아버지
가을 명절에나 찾아뵙는 아버지께
오늘은 내가 아빠가 되어
붕어빵 한 봉지 가슴에 품고
찾아뵈야겠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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