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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내려온 친구와 첫눈을 맞았다.

by 이번생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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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방문한 친구의 얼굴은
늘 정겹고 반갑다.


한 달 남은 올해가 다 저물기전
일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쓰지도 못했던
예닐곱개의 연차를 소진해야 했단다.
목포에 홀로 계신 연로하신 어머니도 뵙고
고향 친구도 만날겸
서울서 기차를 타고 내려왔다.
스무살 재수시절부터 중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청춘을 함께 보낸 애틋했던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 때문에
그가 내려온다면 만사 제쳐 두고 만난다.

윤종신의 노래 가사처럼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뭔가 분주하게 약속이 많은
스무살의 설레임


무슨 이야기든 꺼내면 도란도란
개구장이 시절로 당장 소환해주기에
빠듯하고 무거운 일상이라는
외투를 벗어던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레고 들뜬다.


"스무살 우리 그땐 그랬었지!"

첫 이야기 주인공은
사회복지사 친구 이야기
가까운 지름길을 거부하고
횡단보도 찾아
늘 멀리 돌아가던 모럴리스트다.

우리 곁에 세상 법 없이도
잘 살던 착한 친구!
이 녀석이
한번은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다
뼈다귀를 쎄게 씹었던 모양이다.
대게는 부드러운 스테이크속에
돌같은 뼈라니...
부드러운 스테이크려니 당연히
맛나게 씹다가

"우두둑!"

단단한뼈와 어금니가 콱 부딛히며 내는 소리
외마디 비명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아린 고통을 호소한다.
식당 여럿 사람들 의식 하지 않고
주방을 향해
명석은 이내 고함을 내지른다.
"이보세요!
주방장님! 이리로 와봐요!"

호명하는 소리에 황급히 뛰쳐나온
주방장을 불러 세워놓고는


"이게 지금 말이됩니까?
스테이크에 무슨
이런 돌같은 뼈가 들어가요?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이빨 빠지면 책임질겁니까?"


정숙한 여자 아이처럼 조용하던
평소의 성격과는 다르게
이날 명석은 헐크로 변했다.

얼마나 아팠으면
우리의 착한 친구가 그토록 분노하였을까?
하지만 그 소란 덕분에
공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어떤 날엔 대학로를 걷다가
마주오던 여자와 얼굴을 세차게 부딪혔다.

퍽!! 쾅~

광대뼈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같이 부딪혔던 여자도
얼굴을 감싸안으며 아파하자
이번엔 곁에 있던 남자친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주먹쥐며
싸우자며 덤벼 들었다.
함께 였던 재영과 광욱이 얼른
사과했으니 망정이지
난데없는 대학로 결투로 이어질 뻔했던
일촉즉발 아찔했던 순간이었단다.



"잃어버린 내얼굴"



세 번째 이야기는
장애인 고용공단에서 일하는
광욱 자신의 이야기다.
늘 취직이 힘들었던 광욱은
총각시절 힘든 자신의 참담했던 분투기인
"잃어버린 내얼굴"
서른즈음 엣세이로 출간 했었다.


"26살이던 대학교 졸업반 시절
취업준비에 정신없는 내 동기 녀석들.
누구는 신문사 기자. 누구는 스튜어디스,
누구는 고등학교 선생님,
다들 자기 살길 찾아가는데 난 뭔가?
비참한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동안 노동력 상실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잃어버린 내 얼굴 중>


그렇게 힘들었던 광욱도
시절 인연을 만나 사랑의 꽃을 피웠다.
얼마 후 세 딸을 가진 가장이 되었다.
혼자서도 감당하기 힘든 그였는데
죽자사자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노량진 고시촌 일대를 전전하며
검정고시 학원 영어 강사 생활을 이어가며
힘겨운 나날들을 보냈었던 친구다.

그러다 운 좋게 시험을 봐서
자신의 처지와 꼭 비슷한 장애인의
채용을 담당하는
장애인 고용 공단에 입사했다.
정말 장하다 내친구.
결국 자신의 처지를 소명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구나!

비교적 늦은 늦깍기 마흔살 나이에 입사해
지금은 또래 과장들보다
십년 더 나이든 만년 과장이다.
그래도 정년까지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반가운 일이던가.

토끼같은 아이 셋 먹여살리느라
어려운 살림을 유지하면서
지하철로 매일 3시간 넘게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힘겹게 분투하고 있다.


자신이 안면장애인이었기에 힘들고
처절했던 막중한 경험으로
그 어려움이 남일 갖지 않을게다.
그래서 직접 그 고용전선에 뛰어든 친구다. 해마다 물가는 오르고
인플레이션에 경제,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마당에 일반인도 힘든
고용시장에서 장애인의 고용이라니...
정말 힘들게 존버하고 있구나.

어린 나이의 윗선을 상사로
모셔야 하는나이 지긋한 상사이야기에
왠지 동질감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도 그러했기에
묵혀두었던 재밌는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우며
오늘 한꺼번에 쏟아놓는다.

친구가 문득 동생 사진이라며
휴대폰을 꺼내든다.
어린 시절 함께 뛰 놀던 영준의
가족 사진속에는
어느덧 훌쩍 나이 들어 보이는
한 중년 사내가 가족들을 품고 앉아 있다.

어렸을때도 영준은
발표력, 통솔력이 남달라
또래보다 항상 밝고 씩씩해서
어떤 직장에서도 잘 버틸 것이라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모 자동차 기업의
중견 부장이 된 영준은
학연, 지연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관료화된 직장 문화속에서도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 하나 없이
꿋꿋하게 부장의 자리까지 버텨왔다고 한다.

장하다. 전라도 싸나이!
서울에서 잘 버티고 살아 남았구나!


한 중년 사내의 머리 위로
희끗하게 내려앉은 흰서리백발은
네 식구를 책임지는
삶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었다.


동네 어귀 포장마차에서
호호 불어가며 뜨거운 호떡을 먹었다.
팥고물 가득한 붕어빵 한 입 베어물때쯤
우리 고장에 첫눈이 내렸다.
친구랑 함께 맞는 첫 눈이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조심히 올라가렴 친구여!
다음 달에는 내가 올라가마!
서울에서 명룡이와
후배 재영이도 함께 만나보자! 건강하고 늘 행복하자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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