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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도를 벗어날 때

by 이번생 2026.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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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도를 벗어날 때

천국에는
결혼이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천국이 조금
멀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곳에는
내가 사랑했던 방식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형태로 기억합니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가족이라는 이름.

사랑은 늘
어떤 울타리 안에서
비로소 안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사랑의 완성처럼
여겨왔는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을 선택하고,
다른 모든 가능성을 내려놓는 일.
그 배타성 안에서
우리는 안도합니다.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

그러나
그 안도감의 그림자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변할 수 있다는 불안.
그리고
죽음이라는 이름의
단절.



천국에 결혼이 없다는 말은
어쩌면
그 두려움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우리가 붙들어 온
사랑의 형태가
무너진다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

하지만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혼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랑이 사라진다는 뜻일까.

아니면,
사랑이 더 이상
결혼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까.



이 땅에서 사랑은
언제나
부족함에서 시작됩니다.

외로워서.
두려워서.
혼자서는
견딜 수 없어서.

결혼은
그 부족함을
서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입니다.

연약함을
함께 감당하겠다는
계약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약속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아무리 사랑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있고,
아무리 가까워도
끝내 닿지 않는
고독이 남아 있다는 것을.



신앙은 말합니다.

천국은
그 공백이 사라지는 자리라고.

더 이상
사랑으로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

누군가의 선택을 통해
내 존재가
보증되지 않아도 되는 상태.

하나님과의 관계가
완전히 열릴 때,
인간은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우리는
비로소
매달리지 않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천국에는
결혼이 없습니다.

그곳에는
소유로서의 사랑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너는 내 것이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모든 관계가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붙잡는 손이 아니라,
열려 있는 상태가 됩니다.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만 유지되는
불안한 불꽃이 아니라,
모두를 향해 흘러도
줄어들지 않는
빛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부부였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나는
사라지는 장면보다
변형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함께 보냈던 시간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상처는
흔적으로 남고,
후회는
이해로 바뀝니다.

사랑했던 사람은
여전히
낯익은 얼굴로 다가오지만,
더 이상
나의 일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여전히
서로를 기뻐할 수 있습니다.



천국에서 우리는
더 이상
“내 사람”을
가지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됩니다.

그 ‘우리’ 안에는
질투도 없고,
비교도 없고,
상실의 공포도 없습니다.

사랑은
마침내
방어를 멈춥니다.



어쩌면
천국에 결혼이 없다는 말은
하나님이
인간의 사랑을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너무 작게 이해해 왔다는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붙잡아야 사라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배웠지만,

하나님은
붙잡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약속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려 합니다.

천국은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빼앗는 곳이 아니라,

내가
사랑이라 착각했던 것들을
내려놓게 하는 곳이라고.

그리고 그 자리에,
아직
알지 못했던 사랑을
조용히 건네는 곳이라고.



결혼이 끝나는 자리에서,
사랑은
제도를 벗고
자기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 얼굴은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끝내
도착하게 될
사랑의 모습일 것입니다.



https://youtu.be/jeX-VvWscl4?si=ZysO3cbWBHVzoa8O

사랑이 제도를 벗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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