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코리아 5·18 사회적 논란 확산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진행한 ‘탱크데이’ 텀블러 프로모션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행사 홍보물에는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이 사용됐는데, 많은 이들이 이를 과거 국가폭력의 아픈 역사와 연결 지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탱크’라는 단어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군 투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역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발표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논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가 있었던 표현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민주주의의 상처를 상업적으로 소비했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정치권에서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마케팅 논란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SNS를 통해 “5·18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날에 이러한 행사가 진행됐다는 점이 믿기 어렵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도덕적·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용진 회장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손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해당 프로모션을 기획한 임원에 대해서도 인사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또한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까지 착수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사태가 그룹 전체 이미지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긴급 조치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후 해당 이벤트를 전면 중단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손정현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는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고, 내부 검수 시스템의 미비점을 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회사 측은 “5월 15일부터 26일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버디 위크 이벤트 과정에서 ‘단테’, ‘탱크’, ‘나수’ 텀블러 시리즈 등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객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어 현재 행사는 중단된 상태이며,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공동체의 기억이며, 때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처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회는 특정 날짜를 기념일로 남기고, 어떤 이름을 조심스럽게 부르며, 어떤 사건 앞에서는 말의 무게를 다시 헤아린다.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라는 말만으로는 쉽게 지나가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은 늘 새로운 언어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적 비극과 민주주의의 희생이 얽혀 있는 역사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탱크’라는 단어 하나가 아니었다. 5·18이라는 날짜와 결합된 상징성, 그리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까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국가폭력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나가는 광고 문구였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죽음과 억압의 시대를 환기시키는 언어였던 셈이다.
오늘날 기업은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기업의 메시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그렇기에 기업의 언어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윤리적 감수성이 요구된다. 특히 대중적 영향력이 큰 글로벌 브랜드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검수를 제대로 못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역사적 기억을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실수를 악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내부 기획 과정에서 특정 역사 사건을 의도적으로 조롱하려 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공적 영향력을 가진 조직에서 반복적으로 역사적 상징과 충돌하는 표현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결과의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오늘날 소비 문화가 점점 더 자극과 화제성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강한 단어와 밈(meme), 풍자와 패러디가 무분별하게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비극조차 콘텐츠의 재료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느 순간 우리는 아픔과 희생마저 소비 가능한 이미지로 바꾸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업의 사과와 인사 조치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임자 몇 명의 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조직 내부에 자리 잡은 감수성의 수준을 돌아보는 일이다. 숫자와 성과, 화제성과 클릭 수만 좇는 문화 속에서 무엇이 선을 넘는 표현인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 아픈 기억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언어, 그리고 타인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감수성 속에서 비로소 유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기업 마케팅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기억과 윤리, 그리고 표현의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탱크데이’라는 문구 하나가 아니라, 역사적 고통조차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시대의 분위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기억해야 할 것들을 가볍게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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