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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꿈의 폐지: 미래의 인간성과 감각의 몰락에 대하여

by 이번생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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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꿈의 폐지: 미래의 인간성과 감각의 몰락에 대하여

“미래의 인간은 잠과 꿈을 비생산적인 요소로 간주하여, 마침내 그것들을 제거하려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점점 잠을 미워하게 된다.
우리는 점점 꿈을 낯설어한다.

   그것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잠은 생산하지 않고, 꿈은 축적되지 않으며, 둘 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효율과 성과를 숭배하는 체제 속에서, 인간은 점차 잠과 꿈을 “불필요한 생리적 낭비”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날, 잠을 삭제하고, 꿈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1. 인간 이후의 인간: 깨어 있는 기계


   이미 시작은 이루어졌다. ‘각성제 산업’은 수면의 필연성을 점차 우회하기 시작했고, AI의 발달은 우리의 무의식을 외주화하는 중이다.

   우리는 더 이상 꿈을 꿀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감정을 인공지능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런 꿈을 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보고서가 도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때 우리는 묻게 될 것이다 :


꿈이란 꼭 내 무의식에서 나와야 하는가?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ce of Memory)》,1931 : 이 녹아내리는 시계들은 시간의 비가역성과 꿈의 비논리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잠과 무의식, 시간에 대한 통제 불가능성을 다루며, 인간이 시간(=삶)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다는 역설을 시각화한다.


2. 잠의 무용성에 대항하는 마지막 인간들


   그러나 잠은 기능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리듬이고, 존재가 자신에게 몰입하는 시간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자면, 꿈은 억압된 욕망의 표출이며, 사회가 금지한 진실의 마지막 통로다. 잠을 없앤다는 것은, 단순한 생리의 문제를 넘어, 무의식의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프로이트와 라캉은 말한다:

“꿈은 타자와 억압의 체계를 관통해 나오는 무의식의 목소리다.”

   그런 목소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온다면, 그건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을 들을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다.



3. 아감벤의 ‘벌거벗은 삶’과 잠의 정치학


아감벤은 말한다 :

“현대의 주권은 인간을 ‘살게 둘 수도 있고, 죽게 둘 수도 있는’ 존재로 만든다.”⁽¹⁾

   이런 시선으로 본다면, 잠은 가장 사적인 정치적 공간이다. 그것은 통제되지 않으며, 상품화되지 않고, 효율화되지 않는 삶의 마지막 경계다. 잠을 빼앗긴 인간은 더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작동하는 기계가 된다.

   잠은 시간의 리듬이고, 지연과 부재, 정지의 기술이다. 현대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실효적으로, 실용적으로 만들려 하지만, 잠은 말한다 :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존재를 지킨다.”

프란시스코 고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1799 : 고야는 이 판화에서 이성이 잠든 순간, 무의식과 억압된 괴물들이 튀어나온다고 경고한다.


4. 꿈은 가장 오래된 혁명이다


   우리는 꿈을 꿨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을 바꾸었다. 종교는 꿈에서 시작되었고, 시는 무의식에서 태어났다. 꿈은 언제나 체제 바깥에서 체제를 흔든다.

   바타유가 말했듯, 인간은 생산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낭비하고, 충돌하고, 죽을 수도 있는 존재다⁽²⁾. 꿈은 바로 그 ‘쓸모없는 가능성’들의 전시장이다.

   잠이 사라지고, 꿈이 규격화되는 순간 인간은 효율적인 존재가 되겠지만, 동시에 혁명하지 않는 존재, 사랑하지 않는 존재, 창조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다.


꿈은 아직 인간이다

오딜롱 르동, 《꿈을 본 남자 (The Man with Closed Eyes)》, c.1895 : 르동은 상징주의의 거장이며, 무의식과 꿈을 화폭에 옮긴 대표적인 화가이다. 이 그림은 눈을 감은 채 존재의 내부로 침잠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잠을 잃어버린 인간’과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미래의 인간은 아마 꿈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그들에게 꿈은 비효율적이며, 통제 불가능하고,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가 오히려 우리에게 말해준다:

“꿈은 인간이다.”

   그러므로 잠은 거부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막 자유다. 그 자유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다.

   그저 24시간 작동하는 시스템일 뿐이다.


각주

1. 아감벤, G. (1998). Homo Sacer: Sovereign Power and Bare Life. 그는 인간이 권력에 의해 생물학적 존재로 환원되는 과정을 ‘벌거벗은 삶’으로 개념화하였다.

2. 바타유, G. (1949). La Part maudite (저주의 몫). 그는 인간 존재를 생존을 넘어선 낭비 가능성으로 이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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