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진짜 선물은 존재할 수 있을까?
조카:
삼촌, 나 요즘 선물에 대해 좀 헷갈리는 게 있어. 친구 생일이라 비싼 향수를 선물했거든. 근데 얼마 뒤 내 생일엔 초콜릿 하나 받았어. 솔직히 말하면… 좀 섭섭했어. 이건 내가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한 걸까?
삼촌:
음, 좋은 질문이네. 너 혹시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 들어봤니?
조카:
아니, 처음 들어봐. 누구야?
삼촌:
현대 프랑스 철학자야. 선물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지. 그는 이렇게 말했어:
“진짜 선물은 그 사실조차 잊어버려야 비로소 선물이 된다.”
조카:
선물을 줬다는 걸… 잊으라고? 그럼 왜 줘? 기억도 못 할 걸?
삼촌:
그게 바로 데리다가 던지는 역설이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물, 예를 들면 생일이나 기념일에 주고받는 선물들은 사실 일종의 ‘교환’에 가까워. 어떤 땐 그게 선물이 아니라 ‘정교한 뇌물’이 되기도 하지.
조카:
뇌물이라고? 설마 내가 친구한테 향수 준 게 뇌물이란 거야?
삼촌: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무의식 중에 너도 ‘이 정도면 나도 비슷하게 받을 수 있겠지’ 하고 기대했을 수도 있어. 그게 바로 데리다가 말하는 “선물의 불가능성”이야. 진짜 선물은, 아무 대가도 기대하지 않고, 심지어 줬다는 사실도 잊어야만 가능하다고 했지.
조카:
그럼 선물을 줘놓고 기대도 하지 말고, 기억도 하지 말라고? 그건… 너무 이상주의적인 거 아니야?
삼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데리다는 우리가 선물을 완전히 망각할 순 없어도, 그렇게 망각하려는 의지가 선물을 선물되게 만든다고 말해. 예를 들어봐. 신혼 초 부부는 아내가 아침밥을 차려주면 남편은 진짜 고마워해. 또 월급을 가져다주면 아내도 진심으로 기뻐하지. 서로 대가를 기대하지 않으니까.
조카:
아, 근데 시간이 지나면 그게 바뀌잖아. 남편은 ‘밥은 당연히 차려줘야지’, 아내는 ‘돈은 당연히 벌어와야지’ 하면서 서로 기대하고 불평하고…
삼촌:
맞아. 그 순간부터 선물은 교환이 되고, 교환은 뇌물이 돼. 결국 사랑의 관계가 계약의 관계로 변하는 거지.
데리다는 이런 걸
‘상징적인 것의 덫’
이라고 불러.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것이 상징, 기호, 대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진짜 선물은 사라지는 거야.
조카:
그럼 어떻게 해야 진짜 선물을 할 수 있어?
삼촌:
“수확을 바라지 않고 씨앗을 뿌리는 법”을 배워야 해.
진짜 선물은 그 자체로 기쁨이어야지. 돌아오길 바라면 그건 이미 거래니까.
조카:
듣고 보니 내가 섭섭해한 것도 뭔가 부끄럽네. 친구가 준 초콜릿이든 뭐든, 그 자체를 그냥 받아들였어야 했나 봐.
삼촌:
그게 바로 철학이 주는 깨달음이지. 데리다는 철저히 해체하던 철학자였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런 조언을 남겼어.
“아무 대가 없이, 네가 가진 것을 주어라.”
그 말이 우리 삶에 설레는 사랑과 진정한 행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일지도 몰라.
조카:
삼촌, 나 오늘 진짜 멋진 선물 받은 기분이야. 철학이라는 선물 말이야.
삼촌:
하하, 고맙다. 그리고 그 말… 기억하지 말아야지. 또 멋진 철학자와 함께 만나자.
조카:
네. 삼촌
https://youtu.be/tRVIa2DQfaY?si=xNvdg-7-4ojYa6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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