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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지성의 폐활량, 언어의 해상도, 사고의 분기점을 키우는 일 독서 – 지성의 폐활량, 언어의 해상도, 사고의 분기점을 키우는 일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정보를 보고 듣는다. 뉴스의 헤드라인, SNS의 짧은 글귀, 댓글 창에서 오가는 감정들, 유튜브의 자극적인 콘텐츠들. 이 빠르고 거센 정보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읽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점점 덜 생각하고, 덜 사유하며, 덜 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 독서는 유일하게 남은 ‘느린 통로’다. 종이의 질감, 문장의 구조,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건너가는 긴 호흡. 독서는 순간순간 스스로에게 묻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지성의 복식호흡이다. 단순히 정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의 진짜 효능을 다음 세 가지로 말하고 싶다. .. 2025. 7. 19.
진짜 신화에 관하여: 톨킨과 루이스의 밤 산책 진짜 신화에 관하여: 톨킨과 루이스의 밤 산책Dialogical Essay on Myth, Reason, and Revelation 장소: 1931년 9월, 옥스퍼드 애디슨스 워크(Addison’s Walk) 차가운 안개가 드리운 정원 속, 두 명의 지식인이 느린 걸음으로 대화한다. 제1장. 신화의 본질: 상상력인가, 진리인가? 클라이브 (C.S. 루이스): 우리는 신화를 만들어냈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북구의 오딘, 켈트의 드루이드들… 그들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야.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일 뿐. *실재(Reality)*가 아닌 *상상(Imagination)*일 뿐이지. 로렌스 (J.R.R. 톨킨): 하지만 자네는 왜 상상력이 그렇게 쉽게 무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2025. 7. 18.
나는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 - 조직되지 않은 존재에 대하여 나는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 - 조직되지 않은 존재에 대하여 어느 날한 자칭 맑스주의자가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허둥대며 그가 말했다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2025. 7. 16.
무지의 철학: 앎을 넘어 존재하는 삶에 대하여 무지의 철학: 앎을 넘어 존재하는 삶에 대하여1. 앎은 삶을 완전히 포착할 수 있는가? “인간은 앎을 통해 해방될 수 있는가?” 라는 계몽주의의 오래된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이해하고자 하고, 설명하고자 하며, 투명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근본적인 역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완전히 알려진 삶은, 이미 죽은 삶이라는 점이다. 앎은 대상의 구조를 밝히지만, 삶은 구조 이상으로 불확정적이고 모순적이며 자생적인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흔들리고, 불완전하며, 자기 자신에게조차 불투명하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살아 있는 것의 깊이와 떨림을 제거하는 폭력으로 작동한다.2. 무지란 무엇인가: 니체의 경구에서 시작하여니체는 후..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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