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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해야 할 일 철학이 해야 할 일가끔 저는 제 자신에게 이렇게 묻습니다.“철학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철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며,법조인은 정의를 세웁니다.그렇다면 철학자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이 질문을 자주 떠올립니다.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면,어느 순간부터 제가 그들에게 철학을 ‘가르친다’기보다함께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제가 대학에서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가장 먼저 느낀 것은 “철학을 어떻게 살아 있는 언어로 전할까?” 하는 고민이었습니다.철학은 교과서 속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요.책에 적힌 사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그 사상을 통해 ‘지금 이곳’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태도입니다.어느 날 한 학생이 제.. 2025. 10. 19.
잃어버린 놀이를 찾아서 - 하위징아, 호모 루덴스 잃어버린 놀이를 찾아서 - 하위징아, 『호모 루덴스』인간은 왜 살아가는가.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웃으며, 또 무엇을 잃어가며 살아가는가.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는 여기에 아주 낯선 대답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이다.”우리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약간의 당혹감을 느낍니다. 놀이? 그것은 아이들의 일 아닐까? 어른의 세계는 노동과 책임, 의무와 성취의 세계가 아니던가. 하지만 하위징아는 말합니다. “인간의 본질은 사유나 윤리가 아니라, 놀이에 있다. 삶의 근원에는 언제나, 자유롭고 자발적인 놀이의 힘이 숨어 있다.” 그는 노동과 놀이를 아주 간명하게 구분합니다. 노동은 수단과 목적이 분리된 행위, 놀이는 수단과 목적이 하나로 결합된 .. 2025. 10. 18.
천의무봉(天衣無縫) ― 꾸밈없는 완전함에 대하여 천의무봉(天衣無縫) ― 꾸밈없는 완전함에 대하여의미 있는 삶,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요.하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진정한 아름다움은 완벽한 결과보다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예전에 미술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화가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대학원생을 지도하는 장면이었는데, 한 학생의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던 교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이것을 그리느라고 참 애썼구나. 그렇지?”학생은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는 교수의 말이 고마웠던지 바로 대답했습니다.“예, 그렇습니다.”그때 교수는 잠시 그림을 바라.. 2025. 10. 18.
『불안 사회』 –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희망에 대하여 『불안사회』 –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희망에 대하여 어느 날 문득, 나는 세상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것은 조용함이 아니라, 모두가 두려움 속에서 입을 다문 침묵이었다. 뉴스는 늘 위기와 재난을 말하고, 사람들의 대화는 불안으로 시작해 불안으로 끝났다.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살아간다’기보다, 불안을 견디며 버티는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한병철의 『불안사회』를 읽는 동안, 나는 이 무거운 시대의 공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현대 사회는 피로를 넘어 불안으로 이동했다고. 과거의 ‘성과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착취하며 살아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믿지 못한 채, 포기와 절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이 말은 마치 내 마음속 그림자를 직..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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