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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기58

사랑이 제도를 벗어날 때 사랑이 제도를 벗어날 때천국에는결혼이 없다고 합니다.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나는 천국이 조금멀어졌다고 느꼈습니다.그곳에는내가 사랑했던 방식이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사랑을형태로 기억합니다.남편과 아내.부모와 자식.가족이라는 이름.사랑은 늘어떤 울타리 안에서비로소 안전해졌습니다.그래서 우리는결혼을 사랑의 완성처럼여겨왔는지도 모릅니다.한 사람을 선택하고,다른 모든 가능성을 내려놓는 일.그 배타성 안에서우리는 안도합니다.“이 사람은내 사람이다.”그러나그 안도감의 그림자에는항상 두려움이 있었습니다.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변할 수 있다는 불안.그리고죽음이라는 이름의단절.⸻천국에 결혼이 없다는 말은어쩌면그 두려움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우리가 붙들어 온사랑의 형태가무너진다면,과연 무엇이 남는가.하지만질문.. 2026. 1. 22.
침묵 이후에 남은 것 —김 현경에 관한 기록 침묵 이후에 남은 것 — 김 현경에 관한 기록 김현경은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는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깼고,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웃의 발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그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이라 불렀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 아니라 깨어 있음에 가까웠다는 것을. 그는 세상이 발산하는 미세한 거짓과 불일치를 감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숲속에서 풀을 뜯다 고개를 들어 바람의 방향을 읽는 사슴처럼, 그는 늘 세계의 기척을 먼저 느끼는 쪽에 가까웠다. 20대의 현경은 신앙인이었다. 그는 하나님을 의심하지 않았고, 교회를 의심하지도 않았다. 예배는 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 있었고, 기도는 습관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었다. 십일조는 의무가 아니라 감사의 언어였고, 그.. 2026. 1. 8.
에덴의 나무와 사랑의 자유 🌳 에덴의 나무와 사랑의 자유에덴동산 한가운데, 하나님은 한 그루의 나무를 두셨다.모든 나무의 열매는 마음껏 따먹을 수 있었지만, 단 한 그루의 나무만큼은 금하셨다.그 나무의 이름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그리고 인류의 이야기는 바로 그 나무 아래에서 시작되었다.누군가는 묻는다.“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시라면, 왜 그런 나무를 두셨을까?그분께서 처음부터 두지 않으셨다면 인간은 타락하지 않았을 텐데,결국 모든 고통의 시작은 하나님의 선택 아닌가?”이 질문은 정직하다.우리의 신앙은 언제나 이 물음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야 한다.그러나 그 멈춤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하나님은 인간을 순종의 기계로 만들지 않으셨다.그분은 인간에게 사고할 능력, 선택할 의지, 사랑할 자유를 주셨다.사랑이란.. 2025. 11. 11.
철학이 해야 할 일 철학이 해야 할 일가끔 저는 제 자신에게 이렇게 묻습니다.“철학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철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며,법조인은 정의를 세웁니다.그렇다면 철학자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저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이 질문을 자주 떠올립니다.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면,어느 순간부터 제가 그들에게 철학을 ‘가르친다’기보다함께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제가 대학에서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가장 먼저 느낀 것은 “철학을 어떻게 살아 있는 언어로 전할까?” 하는 고민이었습니다.철학은 교과서 속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요.책에 적힌 사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그 사상을 통해 ‘지금 이곳’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태도입니다.어느 날 한 학생이 제.. 2025.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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