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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기76

독서 – 지성의 폐활량, 언어의 해상도, 사고의 분기점을 키우는 일 독서 – 지성의 폐활량, 언어의 해상도, 사고의 분기점을 키우는 일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정보를 보고 듣는다. 뉴스의 헤드라인, SNS의 짧은 글귀, 댓글 창에서 오가는 감정들, 유튜브의 자극적인 콘텐츠들. 이 빠르고 거센 정보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읽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점점 덜 생각하고, 덜 사유하며, 덜 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 독서는 유일하게 남은 ‘느린 통로’다. 종이의 질감, 문장의 구조,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건너가는 긴 호흡. 독서는 순간순간 스스로에게 묻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지성의 복식호흡이다. 단순히 정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의 진짜 효능을 다음 세 가지로 말하고 싶다. .. 2025. 7. 19.
진짜 신화에 관하여: 톨킨과 루이스의 밤 산책 진짜 신화에 관하여: 톨킨과 루이스의 밤 산책Dialogical Essay on Myth, Reason, and Revelation 장소: 1931년 9월, 옥스퍼드 애디슨스 워크(Addison’s Walk) 차가운 안개가 드리운 정원 속, 두 명의 지식인이 느린 걸음으로 대화한다. 제1장. 신화의 본질: 상상력인가, 진리인가? 클라이브 (C.S. 루이스): 우리는 신화를 만들어냈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북구의 오딘, 켈트의 드루이드들… 그들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야.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일 뿐. *실재(Reality)*가 아닌 *상상(Imagination)*일 뿐이지. 로렌스 (J.R.R. 톨킨): 하지만 자네는 왜 상상력이 그렇게 쉽게 무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2025. 7. 18.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슬픔 없이 지나간 단 순간들을 기억하며 슬픔이 없는 십오 초심보선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고요하고 평화로운.. 2025. 7. 15.
문정희의 “응” - 햇살의 방, 신의 대답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나의 문자'응'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신의 방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해와 달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땅위에제일 평화롭고뜨거운 대답”응““응” - 문정희햇살의 방, 신의 대답대낮이었다.햇살은 너무 가득해서, 어딘가 불경하게 느껴질 만큼 맑고 밝았다.너는 내게 물었지.“지금, 나랑 하고 싶어?”그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그건 몸의 움직임을 묻는 것도, 감정의 방향을 확인하는 것도 아닌,존재와 존재가 얼마나 깊이 침투할 수 있는지를 묻는언어가 할 수 있는 가장 투명한 방식의 고백이었다.나는 잠깐 숨을 들이켰고, 문자 하나를 피워냈다.응그 말은 내 입.. 202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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