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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낼 수 없는 슬픔에 대하여 비워낼 수 없는 슬픔에 대하여슬픔이란,차라리 아파서 울 수 있다면 낫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그저 조용히, 말없이, 마음 구석에 주저앉아 있는 것.말 한마디로 풀리지 않고시간조차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닿지 못하는 감정.나는 그것을 지우려 했다.덮으려 했다.그러나 지우는 손끝이 점점 더 짙은 자국을 남겼고덮으려 한 마음은오히려 그 무게로 더 깊어졌다.너를 떠올리지 않으려 할수록모든 사물에 너의 흔적이 깃든다.햇살이 머문 커튼 자락에도,식탁 위에 식지 않은 찻잔에도,익숙한 침묵 속에도,네가 있다.사람들은 말한다.시간이 다 해결해줄 거라고.하지만 어떤 슬픔은시간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을나는 안다.시간은 위로가 되기보다그리움을 더 조용히 퇴적시킨다.비워낼 수 없는 이 감정은어쩌면 내 안에 살아 있는 또 하나의 .. 2025. 7. 25.
정치인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정치인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공공성, 신뢰, 그리고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 정치인은 공공의 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그 권력의 정당성은 단지 법적 요건의 충족을 넘어서 윤리적 기준에 의해서도 판단된다. 이 글은 “정치인은 항상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정치적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이 무엇인지, 특정 정치인의 행위가 그 기준을 벗어났을 때 정치적 생명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철학적 관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플라톤, 마키아벨리, 칸트, 막스 베버, 롤스 등 주요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검토하며 정치와 윤리의 관계, 그리고 책임과 신뢰의 문제를 중심으로 고찰한다.정치와 도덕: 분리 가능한가? 고대 정치철학에서부터 .. 2025. 7. 24.
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저버리다 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저버리다 ― 기독교와 정치, 구원과 해방의 언어를 다시 묻다1. 신의 이름으로 정치는 무엇이 되었는가 오늘날 정치의 언어는 혐오와 분열의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에서는 복음주의 기독교가 이러한 정치적 타락에 깊숙이 관여하며, 신앙의 언어를 극우적 권력의 정당화 장치로 내어주었다. 신은 누구의 편인가? ‘믿음’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을 위한 도구인가? 이제 우리는 이 근본적인 질문들 앞에서, 신학적 침묵이 아니라 윤리적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2. 정치화된 신앙: ‘믿음’의 왜곡 기독교 신앙은 본래 약자를 향한 하나님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대 복음주의는 그 시선을 권력자에게로 돌려버렸다. 한국의 경우, 전광훈 목사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 2025. 7. 22.
신의 이름으로 국가를 파괴하다 — 브라질 복음주의와 극우 정치의 교착 📚 신의 이름으로 국가를 파괴하다 — 브라질 복음주의와 극우 정치의 교착 2023년 1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과 대법원, 의회가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손에 점거되었다. 그 장면은 미국의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구조는 다소 달랐다. 이 쿠데타 시도의 중심에는 종교, 그것도 복음주의의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느님의 뜻’이라는 말이 정치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쓰였고, 기도는 헌법을 압도하는 상징으로 동원되었다. 좌파 철학자로서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한 종교적 열광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브라질 사회의 특정 계층, 즉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에 내몰린 하층민의 불안과 갈등.. 202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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